긴 문서를 AI에게 통째로 읽히는 방법 (그리고 한계)
최종 수정: 2026년 8월 23일
자료 다루기 · 읽는 시간 8분
"파일을 붙였는데 앞부분만 읽은 것 같다"는 경험이 있다면, 그건 AI 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.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고, 그 분량을 넘으면 무언가는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. 이 글은 무엇이 버려지고, 어떻게 넘기면 덜 버려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.
창(context window)은 하나이고, 입력과 출력이 나눠 쓴다
AI 모델에는 한 번의 대화에서 다룰 수 있는 총량이 있습니다. 이 서비스가 쓰는 모델은 131,072 토큰입니다. 한국어 산문은 대략 1.2~1.4자에 1토큰이므로, 넉넉히 잡아도 약 15만 자 정도입니다. 200자 원고지로 750매쯤 됩니다.
중요한 것은 이 총량을 입력과 출력이 함께 나눠 쓴다는 점입니다.
- 답변을 길게 받도록 여유를 잡아 두면, 그만큼 넣을 수 있는 자료가 줄어듭니다.
- 반대로 자료를 가득 채우면 답변이 중간에 끊깁니다.
이 서비스는 답변용으로 32,768 토큰을 남겨 둡니다. 원고지 180매쯤 되는 답변이 한 번에 나올 수 있는 크기입니다. 그래서 자료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약 11만 자입니다. 제로섬입니다 — 어느 쪽을 늘리면 다른 쪽이 줄어듭니다.
넘치면 무엇이 버려지는가
예산을 넘어가면 세 가지 중 하나가 일어납니다. 어느 쪽인지 알면 대처가 달라집니다.
- 거절 — 아무 답도 못 받습니다. 최악입니다.
- 조용한 절단 — 뒷부분이 잘린 채 답이 나옵니다. 답은 그럴듯한데 근거가 없습니다. 가장 위험합니다.
- 오래된 대화부터 흘려보내기 — 자료는 지키고 앞선 대화를 버립니다.
이 서비스는 3번을 씁니다. 자료를 잘라 잘못된 답을 내는 것보다, 오래된 잡담을 버리는 편이 낫다고 봤기 때문입니다. 다만 부작용이 있습니다 — 아주 긴 대화 뒤에는 "처음에 뭐라고 했지"가 안 됩니다. 중요한 전제는 대화가 길어지면 한 번씩 다시 적어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.
자료가 예산을 다 먹으면 대화가 사라진다
첨부 자료에는 예산의 75% 까지만 할당됩니다. 전부 주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. 자료가 창을 다 채우면 직전에 주고받은 대화가 통째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. "방금 말한 그 항목"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.
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순서가 잘 먹힙니다.
-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나눠서 묻기. 200페이지 계약서라면 "3장만 먼저" 처럼 범위를 좁힙니다.
- 요약을 받은 뒤, 그 요약을 근거로 다시 묻기. 요약은 원문보다 훨씬 짧아 창을 아낍니다.
- 표·숫자는 원문 그대로. 요약은 언제나 정보를 잃습니다. 숫자가 중요한 자료는 해당 부분만 원문으로 넣습니다.
파일 형식에 따라 실제로 들어가는 양이 다르다
같은 "10MB 파일"이라도 텍스트로 바꿨을 때의 분량은 크게 다릅니다.
| 형식 | 실제 텍스트 양 | 주의할 점 |
|---|---|---|
| 텍스트·마크다운 | 파일 크기와 거의 같다 | 가장 예측 가능하다 |
| PDF(글자) | 크기의 1/5~1/10 | 표는 순서가 뒤섞이는 경우가 있다 |
| PDF(스캔 이미지) | 0에 가깝다 | 글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|
| 음성·영상 | 길이에 비례 | 1시간 대화 ≈ 2~3만 자 |
| 엑셀·CSV | 셀 수에 비례 | 빈 열이 많으면 낭비가 크다 |
스캔한 PDF 는 특히 주의할 만합니다. 겉보기에는 문서지만 내용은 그림이라, "파일은 붙었는데 아무것도 못 읽는" 상황이 됩니다. 이럴 때는 문자 인식을 거친 파일로 바꿔서 넣어야 합니다.
무엇을 넣지 않을지가 정확도를 만든다
의외로 결과를 가장 크게 바꾸는 것은 덜 넣는 것입니다.
- 회의 녹취록이라면 인사말·잡담 구간을 지웁니다. 분량의 20~30% 가 줄어드는 경우가 흔합니다.
- 계약서 검토라면 표준 조항보다 특약·수정 조항이 중요합니다. 그쪽만 넣습니다.
- 여러 파일을 한 번에 붙일 때는 서로 겹치는 자료를 하나로 줄입니다. 같은 내용이 두 번 들어가면 예산만 두 배로 씁니다.
정리
- 창은 하나이고 입력과 출력이 나눠 쓴다. 답변을 길게 받으려면 자료를 줄여야 한다.
- 넘칠 때 조용히 잘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. 근거를 함께 물어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하다.
- 파일 크기가 아니라 텍스트로 바꿨을 때의 분량이 기준이다. 스캔 PDF 는 글자가 없다.
- 잘 넣는 것보다 덜 넣는 것이 정확도를 올린다.
한계를 알고 나눠서 물으면, 200페이지짜리 자료도 충분히 다룰 수 있습니다.